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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고독사, 부유층으로 확산 … 50~60대도 많아진다

by 동강사랑💙 2017. 7. 5.
고독사, 부유층으로 확산 … 50~60대도 많아진다

인기 여배우 숨진 지 사흘 만에 발견, 충격에 빠진 9일본 사이타마 현의 한 유료 요양원에서 노인들이 직원의 도움을 받고 있다. 고독사 때문에 수준 높은 요양시설이 각광받는 추세다. 오대영 기자일본의 인기 여배우 오하라 레이코(大原麗子·62·사진)가 지난해 8월 6일 도쿄(東京)의 부촌 지역인 세타가야(世田谷)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무리 전화해도 응답이 없자 집으로 찾아간 동생이 집안에서 쓰러져 숨져 있는 오하라를 발견한 것이다.

부검 결과 사인은 명확지 않았지만 그는 사흘 전에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1990년대 말 신경장애로 손발에 힘이 빠지는 병에 걸려 잠시 쉬기는 했으나 18세에 NHK 드라마 출연으로 데뷔해 TV·영화·광고 등에서 화려한 셀리브리티(Celebrity)의 삶을 살던 오하라였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여러 차례 ‘가장 호감 가는 여배우’로 뽑힐 정도였다.

오하라의 쓸쓸하고, 비참한 죽음을 본 일본 사회는 ‘고독사(孤獨死)’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고독사’란 어떤 개념일까. 옆에 아무도 없이 혼자서 숨지고, 시신은 죽은 후 24시간 이후에 발견되는 경우를 말한다. 자살과 타살은 포함되지 않는다. 혼자 살다 병으로 갑자기 쓰러져 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치(愛知)현 의료보험협회에 따르면 현 내 고조지(高藏寺) 뉴타운 지역에서 2005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25명이 심장병 등으로 고독사를 당했다. 이들의 시신은 사후 평균 21.3일 만에 발견됐다. 지바(千葉)현 마쓰도(松戶)시에선 2001년 혼자 살던 사람이 집에서 죽은 지 3년 뒤에 백골 상태로 발견되는 일까지 있었다.

‘가장 호감 가는 배우’ 오하라 레이코
일본에서 고독사는 95년 한신(阪神)대지진 발생 몇 달 후부터 임대주택에서 혼자 살던 재난 피해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나타났다. 그러나 가족·친척과 연락을 끊고 홀로 사는 저소득층 고령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심각한 사회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곳곳에서 고독사 사례가 늘기 시작했다. 전국적인 통계는 없지만 2007년 도시재생기구가 관리하는 임대주택 77만 호에서 고독사한 사람이 589명이나 됐다. 처음 조사했던 99년(207명)의 2.8배다.

그러면서 ‘유품정리회사’란 신종 업종까지 탄생했다. 고독사의 경우 시신이 며칠 뒤에 발견되기 때문에 방에선 악취가 나고 집안은 엉망이다. 유족들은 이런 방에 들어가기를 꺼린다. ‘유품정리회사’는 시신을 옮기고, 청소를 하고, 유품을 정리해 유족들에게 넘기거나 버린다. 트럭 1대로 이삿짐 운반업을 하던 요시다 다이치(吉田太一)가 2002년 부모의 유품 정리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을 만난 후 처음 ‘키바즈’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요금은 건당 평균 25만~30만 엔(300만~360만원)이다. 의뢰 건수는 초기에 연 200여 건이었으나 현재는 1800여 건으로 늘었다. 유족뿐 아니라 독거노인들이 “가족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내가 죽으면 유품을 정리해 달라”는 ‘사전 예약’도 생겼다. 그래서 이제는 도쿄·오사카·후쿠오카에도 지점을 설립했다. 그러자 다른 회사들도 뛰어들었다.

새로운 사실들도 밝혀졌다. 70~80대 독거노인이 고독사 하는 경우가 많다는 ‘통념’과는 달리 50~60대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도쿄도의 OA기기 회수회사의 유품정리사업 부문 관계자는 “50~60대 전반의 남성들이 고독사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오랜 경제난으로 일자리를 잃고 이혼까지 당한 후 친척·친구 등과 연락을 끊은 채 혼자 살고, 당뇨병 등 성인병을 앓다 혼자 죽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인기 여배우마저 고독사를 당하자 일본 언론들은 이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여기기 시작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핵가족화·고령화·미혼 현상이 심화되면서 고독사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일본의 『고령사회백서』 2009년판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약 40%인 1926만 가구다. 고령 가구의 23%는 독거노인이고, 30%는 부부가 함께 산다. 65세 이상 독거노인이 443만 가구에 이르러 97년(248만 가구)에 비해 1.8배로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일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2030년 독거 가구 비율은 전체의 약 40%(1824만)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산케이신문은 최근 “지방은 물론 대도시에서도 독거·고령화에 따르는 고독사와 치안 불안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다가 유통망 변화에 따라 대형 매장에 밀린 골목길 구멍가게들이 사라지면서 거동하기 힘든 고령의 독거노인들이 생필품을 제때 사지 못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구매 난민’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독거노인이 구매 난민이 되고, 이웃과도 단절되면 고독사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고독사의 실상이 드러나자 지자체나 민간단체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바현 마쓰도시에선 올 4월 ‘도키와다이라(常盤平)단지 자치회’가 일본에선 처음으로 ‘고독사 없애기 연구회’를 발족한다. 회장으로 내정된 나카자와(中澤)는 최근 마이니치신문에서 “유명 여배우까지 고독사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고독사는 저소득층뿐 아니라 부유한 사람들의 문제가 됐다”며 “고독사 예비자가 전국에 많다”고 밝혔다. 연구회는 고독사에 관한 정보를 지자체에 제공해 대책을 마련하고 독거노인 지원 활동을 할 예정이다.

고독사 문제를 연구해온 유키 야스히로(結城康博准) 슈쿠도쿠(淑德)대 교수는 “지자체의 사전 예방 대책과 사후 시신 발견 대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와이(河合) 메이지(明治)대 교수는 최근 요미우리신문에서 “고령자의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기 위한 지역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요코하마(橫濱)시는 시영주택과 공공 임대주택 단지에 거주자가 집에서 버튼을 눌러 외부에 긴급사태를 알리거나, 수도를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통보해주는 시스템을 갖췄다. 니가타(新潟)시는 독거노인 400가구가 사는 지역에 사회복지법인을 만들어 물건 구매·청소 등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후쿠오카시의 의료경영 컨설팅회사인 ‘메디컬 서포트 시스템’은 고독사를 줄이기 위해 매일 아침 독거노인의 안부를 확인하는 무료 전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서비스에 가입한 독거노인들이 매일 오전 9시 이전에 전화를 걸면 신호음이 컴퓨터에 자동 기록된다. 전화 기록이 없으면 직원이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고 전화 응답이 없으면 집으로 찾아간다. 그 밖에 자원봉사자들의 독거노인 방문, 고령자들의 사랑방 마련 등도 확산되고 있다.

지자체 사전예방·사후대책 중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독거노인 자신의 마음가짐이다. 전문가들은 “사랑방을 만들어도 정작 독거노인들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고립 생활에 빠지기 전에 주민들과 어울리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처음으로 유품정리회사를 창업해 성공한 요시다 사장은 요즘 사업과는 별도로 ‘고독사 예방 캠페인’에도 열심이다. 3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그는 독거노인의 고독사를 주제로 애니메이션 DVD를 만들어 무료 배포하고, 연간 40회 이상 순회 강연을 하고 있다. 그는 “인간의 비참한 순간들을 자주 보면서 캠페인을 하게 됐다”며 “독거노인들이 사회로 복귀하는 것은 어려워 보이지만 대책은 간단하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나 친척에게 전화하고 매일 2명 이상과 인사를 나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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